나에게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2021년이 지나갔다.
나는 어떤 고민들을 했었고 어떤 부분이 발전했을까?
남들에게 나에 대해 얘기할 때 무난한 삶을 살아왔다고 했었다. (사실 내가 내 삶에 무관심했을지도 모른다)
올해는 평소와 같지 않았고, 스토리가 잔뜩 있다.
처음으로 하는 1년치 회고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효율적일까 고민해봤는데, 시간순으로 대표적인 키워드를 적고 기억을 되살리는 식으로 작성했다. 그러다 동일한 시간대에 두 가지 이상의 이벤트가 발생하는 경우 글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적는걸 포기해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욱님과 한정수님의 회고 작성 방식을 참고해서 키워드 단위로 재작성했다.
2020년 말에 퇴사를 하고 백수인 채로 2021년을 맞이했었다.
2020년 회고가 따로 없었고, 올해 회고를 위해 작년 스토리에 대한 사전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살짝 적어본다.
Github 커밋 로그가 기억 조회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2020 - 1. 퇴사
개발자 2년 경력을 채 채우지 못한채로 20년도 말에 퇴사했다. 가장 큰 이유 두가지가 있는데, 엄마의 우울증,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우울증에 대해서는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라 글에 적는게 맞을까 고민했었다. 현재의 나는 뭐 어때? 라고 생각하지만 과거의 나는 그다지 밝히고 싶지 않았었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거의 말하지 않았다. 미래의 나는 어떨지 모르겠다.
엄마의 우울증은 최근에 발생한 문제(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가 아니었다. 내가 어렸을 때 부터 종종 심해졌다 괜찮아졌다를 반복했었던 것 같다. 추측성으로 문장이 끝나는 이유는 그때는 인지하지 못했다. 당시에 내가 처한 환경이 힘들다는 이유로, 어리다는 이유로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었다. 아마도 엄마는 지금까지 혼자 견뎌오신 것 같다.
지금 엄마를 돕지 못하면, 더 늦으면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여기에 더해 나의 첫 직장에서 맞이한 개발자라는 직업이 내 생각과 너무 달랐다.
내가 생각한 개발자는 항상 더 나은 기술을 습득하려 노력하고 사용자를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였는데 현실은 회사의 요구사항을 찍어내는 존재였다. 처음이라 뭐가 뭔지 잘 몰랐어도 확실한건 현실은 내가 아는 개발자와 달랐다. 그래서 길을 잃어버렸었다.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1-1. 동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었다. 돌이켜보면 부족하고 모자랐지만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야근하고 늦게 집에 도착해도 아주 약간이라도 공부하려고 노력했었다.
그 때의 나는 굉장히 까칠하고 불친절하고 별로였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었는데... 얼마 전, 같이 고생하던 분이 본인이 만났던 최고의 동료였다고 말씀해주셨다. 이런 말을 다른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솔직함이 부러웠고, 내가 했던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서 고마웠다.
2020 - 2. NEXTSTEP
퇴사 전, 코드와 성장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에 NEXTSTEP을 만났다. 클린 코드에 대한 교육을 해주는 곳이었다. 교육자분들은 나의 개발자로서의 이상형에 가까웠다. 사실 알게 된지는 꽤 되었지만 수강료와 시간확보가 쉽지 않다고 느껴 신청하지 못했었다.
결과적으로 수강신청해서 강의는 다 들었지만 미션 완주는 실패했다. 나한테 너무 어려웠다. 어찌저찌 시간이 흘러 NEXTSTEP에서 우아한 테크 캠프 프로 과정을 모집하는 것을 알게되었다. 진짜 하고싶었고, 운이 좋아 캠프도 붙었는데.... 중도 포기해버렸다. 이 당시 집안 사정, 나의 문제로 인해 정말정말 힘들었던 시기였다.
여기서도 스토리가 잔뜩있지만 따로 정리해보려 한다.
아무튼 주변환경 + 회의감 + 우테캠 중단까지 3단 콤보를 맞고 나니까 멘탈이 무너져버렸다.
그렇게 나의 2021년을 맞이했다.
1.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멘탈이 무너지고 나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러면 안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진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게임만 하면서 3개월을 보냈다.
나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왔던 것 같다. 다그치는게 독이라는걸 깨닫고 나를 진짜로 쉴 수 있도록 배려하기 시작했다.
무너져 보는 것도 귀중한 경험이었다.
1-1. 운동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병원을 갈까 고민했지만, 혹시 엄마가 자책하실 것 같았다.
- 우울증인가? 또는 번아웃인가? 라고 느껴지신다면 오기부리지 말고 꼭 병원에 가는 것을 추천드린다.
아주 조금씩 마음의 힘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끊었던 달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도 집밖을 나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몸무게도 10kg이 불어나니까 뛰는게 버거웠다. 나이키런 앱의 기록을 찾아보니 첫 날엔 1.45km를 달렸었다.
2010년 2월엔 10km 마라톤을 1시간만에 완주할 정도로 체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기록이 처참했다. 하루에 1m라도 좋으니 매일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운동에는 점진적 과부하가 중요하다. 몸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힘을 내기위해 노력한다. 때문에 진짜 운동이 되려면 부하를 점진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
작게는 100m, 크게는 500m씩 어제보다 더 뛰었다. 하루하루 쌓아가다 보니 5월엔 6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다.
- 2021년 한 해에 66회, 249km를 달렸고 나이키런 Green Level(누적 250km)을 달성했다.
서울시에는 따릉이라는 공공 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따릉이는 빌린 위치와 관계 없이 다른 정거장에 반납이 가능한데, 나는 이 자전거를 타고 5km정도를 이동해서 반납하고 5km를 다시 뛰어서 돌아오는 방식으로 운동했다.
새벽엔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저녁엔 중랑천을 따라 자전거 & 러닝을 했는데 매일 닭가슴살을 먹으면서 최소 세시간씩 운동한 것 같다. (사실은 너무 과하게 운동했다. 운동선수 할거냐고 셀프질문을 던졌었다)
- 웨이트는 3대 330을 돌파했(었)다.
- 복압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고중량 데드리프트를 해도 허리가 안아팠다.
운동은 자존감, 마음의 건강함을 되찾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스스로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3월부터 5월까지 두 달을 운동으로 살았다.
1-2. 미라클 모닝
좀 더 나은 하루를 살고싶어 미라클 모닝도 시작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고 부정하면서 살았지만 노력이 부족했던건 아닐까 돌아보았다.
결과적으론 오래 가지 못했지만, 이 때부터 내 인생에 대해,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1-3. 자전거 사고
여름에 바닷가에서 상의탈의를 하겠다는 목표로 운동을 했다. 바디프로필로 나의 20대를 멋지게 마무리 하겠다는 큰 꿈도 품었었다. 몸이 건강해지니까 마음이 건강해지기 시작했다. 공부도 제대로 하기 시작했었다.
5월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따릉이를 타고 운동을 가던 중, 뒷 바퀴 체인이 빠져서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자전거 사고로 인해 또 한번 목표했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솔직히 처음엔 계획이 무너지면서 조금 흔들렸다.
하지만 이번 포기는 위기가 아닌, 공부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였다. 그동안 과한 운동으로 몸이 지치니까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덕분에 공부를 다시 잡게 되었다.
2.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을 위한 활동들
개발만 하는 괴짜가 되고싶지 않았다. (나는 천재는 아니지만) 스탯을 개발에 몰빵한 괴상한 천재보다 말 잘통하는 동료가 되고싶었다.
2-1. 사이드 프로젝트
백수 상태에서 롤이라는 게임을 많이했다. 지인들과 팀을 이뤄 5:5 내전을 주로 했는데 팀을 구성할 때 적당히 섞어야 해서 네이버 사다리나 소나라는 디스코드 봇을 사용했었다. 이게 생각보다 사용하기 불편해서 내가 만들어 보기로 했다.
프로젝트는 혼자 진행했는데, 전체 개발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하고 싶었다.
웹 서비스를 제공하고싶었고, 기술 스택은 프론트는 vue.js, 백엔드는 go로 선택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것과 사용자(지인들)가 원하는 기능의 갭이 있었다. 나는 웹 페이지를 통해 사용하는게 더 간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용자들은 디스코드 봇이 접근성이 좋다고 느꼈고, 프로토타입이 나왔음에도 기존에 사용하던 소나 봇을 이용했었다.
시작할 때 의욕이 넘쳐서 이것저것 만들고 싶었는데 사용자 반응이 미지근하니까 의욕이 꺾였다.
이 때 정말 개발자로서 너무 좋은 경험과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싶은 것과 사용자가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론은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사람을 추가해서 랜덤으로 팀을 섞는 기능만 갖는 간단한 디스코드 봇이 탄생했다.
혹시나... 접었던 서비스가 궁금하다면 이 곳에서 볼 수 있다.
서비스가 이상해보인다면 정상이다. 이상한게 컨셉이었으니까.. 그림도 지인들이 그려줬다.
디스코드 봇은 깃허브에 올라가있다. golang과 친해지던 시절에 실험용으로 엄청 대충 작성했다. 미래의 나야.. 코드를 개선하자...
사이드프로젝트도 따로 글로 정리하려 한다.
2-2. 글또
글쓰는 또라이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개발자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제일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현실은 겨우겨우 글을 작성해내는 정도.. 예치금을 잃지 않는 정도밖에 못했다.
그만 둘까도 고민했지만 억지로 쓰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글또 이전에 작성했던 글까지 합쳐 1년동안 22개의 글을 작성할 수 있었다. 써놓고 내용이 마음에 안들어 발행하지 못한 글까지 합치면 약 40개가 될 것 같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선 많이 써야한다. 많이했다고 잘하진 않지만, 잘하려면 많이 해야한다. 2주마다 돌아오는 제출 데드라인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글또 덕분에 진행했던 멘토링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다.
멘토링 후기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이 곳에서 볼 수 있다. 공개용으로 작성한 글은 아니었는데, 역시! 일단 쓰고 옮겨 적기로 하자.
2-3. Golang 스터디
사실 나도 첫 회사의 동료들이 go를 사용했었는데 그 때는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해보고싶었다. (자바 개발자로 경험했던 2년이 별로였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공부할 때 책으로 정제된 지식을 습득하는 것과 부딪히면서 배우는 방식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편이다.
이전까진 국내 도서중에 최신 golang 책이 없었는데 마침 Tucker의 Go 언어 프로그래밍 이라는 책이 출간되었고, 저자가 비대면 스터디를 진행했다. 책도 사고 스터디도 참여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연한 계기로 지인이 golang 스터디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스터디 주제가 좀 어려웠다. concurrency in go 라는 책으로 진행했는데 사실 책이 너무 어려웠고 포기하고싶은 순간도 여러번 있었다.
이것도 경험이다 하고 버텼다. 발표는 자율적으로 정했는데 네 번정도 발표했다. 그리고 이 발표 경험은 나중에 유스콘에서 엄청 도움되었다. 비대면 발표에도 적응할 수 있는 계기였다.
(또) 우연히 스터디 리더가 팀장님이셨다. 열심히 참여하는 것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게도 입사 제의를 받았다.
2-3. 유스콘
유쾌한 스프링방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다.
사실 회고를 작성했는데 아직 발행하지 못했다.
임시 회고는 여기서 볼 수 있다.
2-4. 트레바리
트레바리라는 유료 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한 달에 한번씩, 정해진 책을 읽고 강남의 트레바리 아지트에서 토론하는 모임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생각을 나누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다.
어렸을 땐 심심하면 책을 먼저 찾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었는데 언제부턴가 멀리했다. 트레바리 덕분에 책읽는 습관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읽은 책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3. 책 읽기
위에서 작성했던 것 처럼 개발만하는 괴짜가 되기 싫었다. 다양한 모임,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계획이다.
2021년동안 총 10권의 책을 읽었고, 기술서적 3권, 기타 도서 7권을 읽었다.
상반기에 읽은 책은 2권이고 나머지8권 모두 하반기에 읽었다.
기술서적
- Tucker의 Go 언어 프로그래밍
- Go 동시성 프로그래밍 (Concurrency in Go) (스터디)
-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트레바리
-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 피프티 피플
- 모순 (모임에서 추천받았다)
- 바깥은 여름 (모임에서 추천받았다)
기타
- 미라클 모닝
-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미라클 모닝과 관련된 책이다)
- 말의 원칙 : 인간 역사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무기
나 라는 캐릭터를 육성하는 과정에서 한정된 시간을 능력치 스탯으로 교환해야 한다.
4. 이직
신기한 일이었다. 마침 go언어에 관심이 생겼고, 마침 지인이 스터디를 하고있었고, 마침 지인의 회사에서 사람을 뽑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스터디 리더가 팀장님이셨다.
그렇게 두 번째 회사를 만나게 되었다. 이직기는 따로 작성해두어서 패스하겠다.
golang 스터디로 회사를 만났지만 주 업무는 다시 java로 돌아오게 되었다.
5. 올해의 인상적이었던 말
- 유튜브에서 들은, 개발만이 정답이 아니다. 엘리베이터가 속도가 느릴 때 거울을 엘레베이터 앞에 부착하는 방법으로 사용자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
- 클린코드 책의 의사는 아무리 수술이 급해도, 빨리 해달라고 요구해도 손씼는 것(위생)을 지킨다. 개발자 또한 직업 의식을 갖고 클린한 코드를 작성해야 한다.
마무리
첫 회고는 보면 볼수록 아쉬운게 많다. 적고싶은 말도 너무 많고 정리해야 하는 내용도 너무 많다.
한 호흡에 길게 쓰다보니 글쓰기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평소에 드는 생각들을 자주 나눠서 써둬야 겠다고 느꼈다.
뜻깊은 1년이 지났으니, 2022년은 계획을 갖고 살아보려 한다. 다음 글은 2022년 계획이 목표다.